CCTV (Ep. 03)  프로덕션

 

 

12개의 창(窓).

 

그의 방에는 이 세계를 지배하는 12개의 창이 있다. 그가 사람들을 지배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힘 중에 12개의 창은 독보적인 위력을 발휘한다. 누구도 모르고 있지만, 이 건물 내에는 그의 감시를 대신하는 12개의 CCTV가 설치되어 있다. 중요한 점은 누구도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사무실, 편집실, 녹음실, 스튜디오, 분장실 심지어는 화장실까지. 누구도 그의 눈길을 피해갈 수 없다는 사실이 그를 강하게 만들어 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이 비밀을 즐긴다. 자신 앞에서 하는 직원들의 말과 행동이 얼마나 다른지,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 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그는 짐짓 모른 척한다. 그리고 즐긴다. 자신이 원할 때 그는 자신 앞에 서있는 직원을 몰아세우며 완전한 사육을 즐기곤 한다. 이 기쁨을 즐긴지도 벌써 10년 째다. 10년 전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결말을 만들어 낸 사고 이후, 박사장은 CCTV의 진정한 즐거움을 발견했던 것이다.

 

오늘도 그는 자신의 12개 눈을 통해 누구도 넘볼 수 없도록 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던 중이었다.

 

조연출이 사장실로 들어왔다. 어려워서일까 여지껏 자신에게 직접 말을 한 적이 없었던 여자 조연출. 언제부턴가 방송계에는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남자 녀석들은 끈기가 없었다. 게다가 제멋대로였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 여자들이 이 직업에 더 걸맞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왔던 터라 자신의 프로덕션에는 다른 곳 보다 여자들이 많았다.

 

그런데 조연출이 직접 나를 찾아왔다? 오늘 김위원장 인터뷰 촬영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할 말이 있다면 김PD, 아니면 촬영감독인 최감독이 들어와야할 텐데. 개인적인 일인가? 얼마전 촬영감독에게 성추행 당했던 일로 찾아왔을까? 그 자식은 지 마누라한테는 껌뻑 죽는 녀석이 사무실 여자들에게는 아주 지랄을 한단 말이야! 이거 생각보다 일이 커질 수도 있는 일인데... 음... 쟤 이름이 뭐였더라...

 

박사장은 들어와서 한참을 머뭇거리며 말머리를 못 꺼내는 조연출의 이름을 이력서 파일에서 찾아내며 이런 생각들을 했었다.

 

사장실 밖에서 한참 동안 아무 소리가 나지 않자, 촬영감독은 사장실 문에 귀를 갖다 댔다. 바로 그 때 터지는 박사장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정확히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당장 김PD를 데려오라는 말이 밖으로 새어나왔다. 곧이어 벌벌 떨며 조연출이 밖으로 나오자 촬영감독이 물었다.

 

“뭐래냐?”

“김PD님 데려 오라는데요.”

“근데 그 새낀 어딨는 거야. 도착하자마자 어디로 사라진 거야?”

 

박사장은 12개의 창을 켰다.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열린 12개의 창 중에 가편집실에서 김PD가 보였다. 편집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박사장은 지체없이 수화기를 들었다. 잠시 후 수화기 너머로 방송국 외주담당 CP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짧은 상황전달을 받은 방송국 외주담당 CP는 망설임 없이 내일 아침까지 죽은 방송위원회장이자, 전직 명MC였던 한 방송인의 부고와 그의 화려했던 삶을 영상으로 만들어내라고 독촉했다.

 

박사장은 자신도 그럴 생각이었음을 말하고는 생각난 듯이 물었다.

 

“근데 말야. 만약 김위원장이 죽어가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있다면 살거야?”

 

잠시 수화기 저편에서는 말이 없었다.

 

“왜 거 있잖아. CCTV에 담긴 영상이랄지 말야. 그거 아무나 구할 수 있는 거 아닌데 말야.”

 

망설임 없는 답신이 수화기를 통해 건네 왔다.

 

“구입해 주지. 대신 30%는 내 몫이다.”

“하던 대로 하지. 15%”

“그럼 경찰서에나 보내던가!”

“알았어, 20%. 됐지!”

“내일 아침에 직접 가지고 들어오는게 좋겠어”

“오랜만에 점심이나 같이 먹읍시다. 최CP님.”

 

자신의 예상대로 통화를 끝낸 박사장은 거구의 몸을 일으켰다. 현장에서 촬영팀이 수거한 CCTV 영상. 죽어가는 모습이 담겨있을 영상이라... 팔아먹는 건 두 번째고, 어디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구만. 위원장 됐다고 거들먹거리던 자식이 어떻게 죽었는지 말야! 박사장은 몸소 김PD가 있는 편집실로 가기 위해 사장실을 나섰다.

 

※이 이야기는 2009년 12월31일 밤부터 2010년 1월1일 아침까지 벌어진 공포의 밤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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