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Ep. 02)  인터뷰

 

 

꽉 막힌 퇴근길이었다.

 

꼼짝없이 갇힌 봉고차 안에 있던 김PD가 신경질적으로 울리는 휴대폰을 열었다.

 

“아니, 도대체 언제 오시는 거예요? 벌써 오신다는 시간이 30분이나 지났는데 어떻게 된 겁니까?”

 

정말 애가 달았다. 퇴근길에 낀 채로 10분도 채 안 걸리는 거리에서 벌써 30분째다. 김PD는 방송위원회 위원장 비서에게 비굴한 목소리로 부탁했다.

 

“다 왔습니다. 진짜 10분이면 도착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바로 앞에서 교통사고가 나서 거리가 완전마비예요.”

 

휴대폰을 통해서 찢어질듯 신경질을 부리는 여비서의 목소리가 차 안으로 퍼졌다.

 

“아닙니다. 정말 10분이예요. 정말이라니깐요. 정말 부탁드려요. 오늘 못 찍으면 안됩니다. 내일 아침에 방송 나갈 인터뷰라서요.. 네... 위원장님 인터뷰는 오늘 어떻게든 찍어야 합니다. 네! 네! 10분이면 도착합니다.. 네.. 네.. 정말 10분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김PD는 얼얼해진 귀를 어루만지며 당한 만큼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야, 들었지. 10분이다. 10분 안에 못 도착하면 니들 다 알아서들해.”

 

운전대를 잡은 촬영조수가 ‘도대체 이 길을 어떻게 빠져나가란 말이냐. 니가 운전을 하든가’라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야, 이 씨발놈아. 그러게 날라가든 들고 뛰든 빠져나가란 말이야”

 

보다 못한 최영규 촬영감독의 목소리가 거세게 났다.

 

“야, 김PD. 니 눈에는 지금 이게 안보여?”

“선배. 나 오늘 이 인터뷰 무조건 찍어야 되거든... 그러게 씨발 어떤 촬영감독이 마누라 팬티 사려고 인터뷰 시간을 못맞추냐고.”

“이 개새끼가... 너 이 씨발놈 내려!”

 

촬영감독의 서슬 퍼런 눈빛을 비아냥거리는 표정으로 마주보며 김PD가 말했다.

 

“왜, 혼자 걸어오시게? 그래도 되는지 박사장한테 물어보시지? 아마 퍽이나 좋아하겠다.”

 

김PD는 말을 끝내기도 전에 제작사 오너인 박사장의 단축번호를 눌렀다. 촬영감독은 순간 멈칫했다. 잠시 후 휴대폰에서 박사장의 목소리가 들리자 촬영감독은 아무 말도 못한 채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비굴한 촬영감독의 모습을 보던 김PD가 휴대폰에다 대고 짧게 말을 했다.

 

“잘못 눌렀어요. 촬영 중이니깐 나중에 전화드릴께요!”

 

봉고차 안에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촬영감독과 김PD 사이에 앉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조현정은 이럴 때 조연출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또 다시 휴대폰에서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뭐해? 안 튀어나가고! 지금 6분 남았어 씨발놈아”

 

끽소리도 못한 채 촬영보조는 페달을 밟으며 불법운전을 시작했다. 갓길과 횡단보도, 인도를 가리지 않고 인터뷰이의 사무실을 향해 봉고차는 달렸다.

 

처음 인터뷰 약속시간에서 이미 50분이 지나있었다. 건물에 도착한 봉고차의 문이 열림과 동시에 김PD가 튀어 나왔다. 경비실에서 위원장이 아직 퇴근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한 김PD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지 못하겠는지 비상계단으로 뛰어 올라갔다.

 

도착은 했지만 느적느적 거리며 촬영도구를 옮기는 촬영감독과 그의 눈치를 보는 촬영보조를 보다 못한 현정이 무거운 트라이포드(카메라삼각대)와 조명기를 들고 뛰었다. 그러나 몇 걸음 제대로 옮기지도 못하고 비틀거리자, 촬영보조가 몸을 던져 장비가 박살나는 것을 간신히 막았다. 촬영감독은 그들의 모습을 보며 한 마디 했다.

 

“아주 쌍으로 지랄을 해라. 지랄을!”

 

조현정과 촬영보조인 최현우는 서로의 몸이 엉켜있다는 사실에 순간 당황했지만, 서둘러 일어나 다시 장비를 챙겼다.

 

촬영모니터를 들고 엘리베이터를 나온 현정이 위원장의 사무실을 찾기 위해 먼저 앞서갔다. 한참을 앞서가던 현정은 위원장의 사무실 호수를 찾아내고는 먼저 사무실로 들어갔다. 무거운 촬영장비를 함께 옮기던 촬영감독과 보조는 곧이어 들리는 현정의 짧고 날카로운 비명소리를 듣게 되었다.

 

곧바로 문을 열고 튀어나온 현정이 맞은 편 벽에 기댄 채 문 안쪽을 손으로 가리켰다.

 

“씨발 이번엔 또 뭐야!”

 

욕을 입에 걸고 다니는 촬영감독도 현정의 모습을 보며 석연치 않은 표정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들은 사무실 안에 펼쳐진 끔찍한 광경을 직접 눈으로 목격하게 되었다.

 

처참하게 난자된 여비서의 목과 입에서는 아직도 핏물이 콸콸 쏟아지고 있었다. 곧이어 위원장실에서 얼굴이 하얗게 변한 김PD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힘겹게 떼며 나오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 김PD 뒷 편으로 얼굴을 알아볼 수 없게 난자된 한 구의 시체를 그들도 보게 된 것이다.

 

바로 위원장이었다. 한때는 대한민국 방송가를 누볐던 전직 명MC였던 위원장. 개그맨으로 시작해서, 대한민국 간판MC로, 교수가 되더니 국회의원까지 한 화려한 입지전적인 성공담의 주인공. 지성적인 외모와 타고난 언어구사력, 위트를 따를 자가 없었다던 그가 지금은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양 옆으로 쫙 찢겨진 입을 한 채 죽어있는 그에게서 과거의 전력을 알아보기는 불가능했다.

 

누구도 입을 떼어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입을 여는 순간 이 믿기지 못할 사실이 정말 현실이 될 것 같은 두려움에 누구도 입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바로 그 때. 그 정적을 깨며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 어디서 나는 소리인지 서로 알 수 없어 하다가, 김PD가 자신의 호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휴대폰 액정에는 ‘명사와의 초대, 미친년 작가’라는 이니셜이 떴다. 김PD가 휴대폰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 촬영감독이 짧지만 간절한 어투로 말했다.

 

“받지마!”

 

한참을 울리던 휴대폰 벨소리가 끊기자 김PD는 꿈 속에서 빠져나오듯 정신을 차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그는 보았다. 누군가 자신을 쳐다보는 듯한 눈길을 느낀 김PD가 본 것은 다름 아닌 CCTV였다.

 

※이 이야기는 2009년 12월31일 밤부터 2010년 1월1일 아침까지 벌어진 공포의 밤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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