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Ep. 01)  20세기 마지막 날

 

 

이제 모든 준비는 다 되었다.

스탭들의 최종 점검을 마지막으로 오늘의 출연자가 등장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오늘의 사랑’이라는 프로그램을 위해 남편이 근무하는 사무실에 몰래카메라와 CCTV가 적재적소에 배치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사랑하는 가족애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프로그램이다. 가족 중 하나가 방송사에 신청을 하면, 신청인의 요구에 따라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고 그들의 사랑을 시험하는 몇 단계의 상황을 연출해서 그 상황에 대처하는 가족의 사랑법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프로그램이다.

 

오늘의 신청자는 남편과 아빠가 어떤 일을 하며, 일주일에 이틀 정도 밖에 들어오지 못하는 이유를 가족들이 직접 확인하기로 했다. 이 시대 가장이 진 무거운 생활고를 가족들이 직접 보고, 그들의 따뜻한 사랑을 확인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다.

 

그러나 시청율이 초창기와는 달리 내리막길이다. 상업방송을 모토로 대기업 자본이 유입된 PP(Program Provider)社의 편성원칙에 맞지 않는 프로그램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시청율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담당 PD와 작가를 비롯한 주요 스탭진은 조여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뭔가 다른 계기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더구나 오늘은 올 해의 마지막 일뿐만 아니라, 20세기의 마지막 날인 1999년 12월 31일이었다. 세기를 건너가는 마지막이자,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바로 오늘. 가족의 사랑은 세기를 건너갈 수 있는 유일한 끈이라는 것을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알리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20세기에서 21세기로 건너가는 세기의 마지막 날. 제작진은 시청률 압박으로 그들의 생계이자, 벌이의 수단이 된 이 프로그램을 무덤에서 끌어낼 방법이 필요했던 것이다.

 

처음 그 제안을 누가 했는지는 아직도 기억해낼 수 없다. 다만 그 이야기를 제안한 사람은 잊혀졌지만, 가당치않은 생각이라고 치부했던 아이디어가 점점 급강하하는 시청률을 확인할 때면 기억의 전면에 나서곤 했다.

 

그리고 오늘 그 아이디어를 시험해 보기로 했다. 만약 그 아이디어에 따른 결과물이 나쁘다면, 다시 촬영하기로 합의한 제작진은 오늘을 위해 심사숙고해 출연가족을 섭외했다.

 

그야말로 단란한 가족이다. 단 남편이 집에 들어오는 횟수가 일주일에 2-3일 정도라는 게 문제가 될 뿐. 그러나 성실한 남편, 그를 믿는 아내와 아이들. 문제될 게 없었다.

 

출연가족의 등장에 앞서 전화가 왔다. 책임프로듀서였다. 아니나 다를까 그가 말한 시청률 운운은 오늘 따라 협박에 가까웠다. 강도를 높일 수밖에...

 

남편의 사무실을 CCTV로 훔쳐보자니 ‘미안하고 불안하지만 묘한 흥분이 인다’고 아내가 말했다.

 

이 시대 몰래카메라의 대명사이자, 개그맨 출신 MC가 그녀의 불안을 잠재우는 코믹한 멘트로 상황을 잘 정리하고 있었다. 남편이 일주일에 두 세 번 밖에 못 들어오는데, 진짜로 믿느냐고 묻자 아내는 간결하게 대답했다.

 

“믿어요, 저는 남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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